조선 해운 이야기

해양대 실습생, 어떤 선종이 베스트? 1탄 벌크선

monibee 2022. 10. 3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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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실습선으로 팬오션, 그리고 취업은 현대글로비스 카캐리어, 그리고 2,1 항사는 HMM 컨테이너선을 승선하였다.

3가지 선종을 경험해 본 결과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벌크선 그리고 다음으로 컨테이너선이다.

다른 선원들과 얘기해봐도 일이 힘든 탱커선, 케미컬선보다는 컨테이너선, 자동차운반선, 벌크선을 선호하는 것 같다.

 

먼저 내가 처음 승선하였던 벌크선과 이어서 승선한 자동차 운반선, 컨테이너선 그리고 나의 경험담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내가 승선한 벌크선은 케이프사이즈의 철광석, 석탄, 곡물을 운반하는 선박이었는데 브라질이나 호주에서 선적하고 중국에 하역하는 배였다. 두 항구 간 거리는 어마어마하게 길어 왔다 갔다 하는 한 항차 소요기간이 약 두 달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한다. 심지어 정박하여 화물 적 양하 하는데도 3일-4일이 걸린다. 일주일 넘게 정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배가 커진 만큼 많은 크레인을 동원하여 홀드 개수만큼 크레인을 사용하기에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 다만 본선 크레인을 사용하는 핸디 사이즈의 벌크선은 일주일 넘게 걸린다고 얘기는 들었다.

항해하는 시간이 긴 만큼 선원들에게 주어지는 부하가 적은 편이다. 내가 실습하던 배에서 2 항사 취미는 기타였는데 거주구역 밖에서 바다를 보며 기타 치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과 같이 바쁜 입출항으로 피곤한 경우는 잘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습생이기에 주어진 업무가 없기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보다 바쁘지는 않았다. 적도 근처에서는 선내에 있는 수영장을 사용하여 맥주를 띄어놓고 논 적도 있다. 모든 배가 이렇지는 않겠지만 선령이 작고 선박 컨디션이 괜찮다면 당직 및 데이 워크 후에 과도한 오버타임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정박지 출항 후 한동안은 필요한 업무를 하거나 개인적인 취미를 즐기다가도 그것도 지겨워서 모여서 맥주 한 잔씩 하곤 했다.
단지 회식을 좋아하는 선장 기관장이 있다면 매일 같이 회식을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장시간 항해가 지겹다고 한다. 조금 피곤해도 입출항이 더 잦고 또 여러나라를 가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보다 항해가 정말 길고 시간이 안 간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나는 주로 1항사 1기사와 함께 쉬는 시간을 보냈는데 반강제이기도 했지만 선내 핵심권력이라 할 수 있는 1항사 1기사와 친해지면서 조금 더 편하게 탔었던 것 같다. 이런 생활도 힘들었는지 함께 승선했던 실항사는 5개월이 되었을 때 강제하선하였다. 힘듦의 정도는 상대적이라 느꼈다. 

 

광탄선은 보통 화물 적재하는 항구 1곳, 하역하는 항구 1곳이고 주로 대양을 항해하기에 항해당직도 편한 편이다. 입출항 때야 선장이 조선할 것이고 중국 연안 정도만 조심하면 나머지 구간은 대양이기에 레이더 24마일 내 한 척도 없을 정도로 배가 없다. 이것 또한 지겨워서 싫다는 사람과 머리 안 아파서 좋다는 사람으로 나뉠 수 있다.


호주와 중국 사이를 운항할 때에는 거리가 짧고 또 화물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광탄선이더라도 바쁠 수 있다. 특히 석탄이나 철광석에서 곡물로 선적 화물이 바뀐 적이 있는데 갑판부 기관부 할거 없이 다 나와서 고압수, 대나무, 빗자루로 화물창을 청소(홀드 클리닝)를 하였다. 그것도 낮시간으로는 부족해서 밤에도 데크 라이트를 켜서 화물창을 청소했던 기억이 난다. 실습생이었던 나는 호주 갈 때까지 대부분을 당직이 아닌 데이 워크를 하였다. 곡물을 실을 때면 실기 전 화물창 검사를 시행하는데 검사 통과가 매우 까다롭고 통과를 하지 못할 시 다시 청소하고 검사받는 시간만큼 운항 딜레이가 되기에 일 항 사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화물 선적 시에도 일항사는 거의 자지 못했는데 2,3 항사가 경력이 많이 없었기에 그렇기도 하고 워낙 크레인을 많이 사용하여 무거운 화물을 쏟아붓기 때문에 디밸러스팅을 끊임없이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벌크선에 승선하면 상륙도 자주 할 것이란 내 기대는 허투루 돌아갔다. 그리고 내가 승선한 배는 실습기관사는 없고 실습항해사만 2명이었는데 그 이유는 중국 도크에서 다 하지 못한 갑판 페인트 정비를 위해 갑판원 대신하기 위함이었다. 갑판 일을 주로 하다 보니 당직, 서류, 3항사 직무는 거의 못 배우다시피 했는데 나중에 3 항사로 승선하였을 때 독이 되었다. 바쁜 입출항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하는 자동차 운반선에서 한동안 적응을 하지 못해 힘이 들었다.

 

다만 선령이 오래된 광탄선은 선원들이 승선하기 꺼려하는 편이다. 정상적인 선박이라 가정 하에 화물도 복원력이 유지되도록 잘 실었다면 일어나지 않겠지만 까딱 잘못했다가는 선박이 침몰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철광석이란 화물이 워낙 무겁기에 새로 만들어진 선박이라도 화물이 균형있게 실리지 못하고 선체에 과도한 응력이 집중될 경우 침몰할 수 있다. 스텔라 데이지호가 안타깝게 침몰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밸러스트 탱크 내부 및 덕트 킬을 주기적으로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정기 검사시에는 외부에서도 확인하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철광석과 같은 무거운 화물을 실는만큼 벌크선에서 일항사의 중요도는 다른 선종에 비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2항사와 1항사의 연봉 차이는 다른 선종에 비해 큰 편이다. 

 

실습 할 선종은 많이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실습 때 선택한 선종이 취업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벌크선에서 실습 한다면 벌크선을 운용하는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취업 때문이 아닐지라도 실습을 다른 선종에서 했다면 초임 3항사 때 적응하는데 상당히 힘들 수 있다. 물론 적응은 어찌됬든 하겠지만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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